“또 우울증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의사가 “양극성장애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말한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양극성장애 환자의 70% 이상이 처음에는 우울증으로 진단받았다가 나중에 재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질환은 우울 증상이 겹쳐 보이지만, 치료 방법과 사용하는 약물이 완전히 다릅니다.
청소년기에 우울증을 경험한 환자 중 20-32%가 추후 양극성장애로 진단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잘못된 진단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두 질환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극성장애와 우울증의 차이를 5가지 관점에서 명확히 비교해드리겠습니다.
기분 변화 패턴의 차이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만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가 2주 이상 계속되며, 이 기간 동안 기분이 좋아지는 시기는 거의 없습니다.
반면 양극성장애는 우울증 삽화와 조증 또는 경조증 삽화가 교대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울한 기간이 수주에서 수개월 지속되다가, 갑자기 기분이 들뜨고 에너지가 넘치는 조증 기간으로 바뀝니다.
이러한 삽화 사이에는 수개월 이상 정상적인 기분을 유지하는 기간도 있습니다.
기분이 양극단을 오가는 이 패턴이 양극성장애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조증과 경조증 증상 유무
양극성장애를 진단하는 결정적 차이는 조증 또는 경조증 삽화의 경험 여부입니다.
조증은 7일 이상 지속되는 비정상적으로 들뜬 기분 상태를 말합니다.
자존감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3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느끼며, 쉴 새 없이 말을 합니다.
무분별한 구매나 사업 투자처럼 자기 파괴적 행동이 늘어나고,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입니다.
경조증은 조증보다 증상이 가볍고 4일 이상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활력이 증가하고 생산적으로 느껴지지만, 입원이 필요할 만큼 심하지는 않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이러한 조증이나 경조증을 전혀 경험하지 않습니다. 우울 증상만 반복되는 것이 일반적인 우울증입니다.
우울 증상의 양상 차이
같은 우울 증상이라도 세부적인 양상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불안, 초조, 불면증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잠을 자기 힘들어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극성장애의 우울증은 비정형적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잠을 과도하게 자고, 몸이 무겁고 늘어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무기력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며, 식욕이 증가해서 체중이 늘기도 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젊은 나이에 발병하거나, 급성으로 발병하거나, 수면 과다가 있거나, 항우울제 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양극성장애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치료 약물의 차이
두 질환의 치료 방법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우울증은 주로 항우울제를 사용합니다.
SSRI나 SNRI 같은 약물이 처방되며, 대개 2주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양극성장애는 기분조절제가 치료의 중심입니다.
리튬, 발프로에이트, 라모트리진 같은 약물을 사용하며, 필요한 경우 항정신병 약물인 퀘티아핀이나 아리피프라졸을 함께 사용합니다.
양극성장애 환자에게 항우울제만 사용하면 위험합니다.
우울 상태에서 갑자기 조증으로 전환될 수 있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만약 항우울제를 여러 종류 바꿔가며 복용해도 효과가 없었다면, 양극성장애일 가능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전성과 재발률의 차이
양극성장애는 우울증보다 유전적 요인이 훨씬 강합니다.
일반인의 양극성장애 평생 유병률은 약 1%입니다.
그런데 부모 중 한쪽이 양극성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가 동일 질환을 가질 확률은 10-20%로 증가합니다. 우울증보다 유전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재발 측면에서도 양극성장애가 더 까다롭습니다.
재발이 매우 잦아서 지속적인 유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 조증으로 입원한 환자는 향후 2년간 약을 복용해야 하고, 재발을 여러 번 경험한 경우에는 평생 약물 복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도 재발할 수 있지만, 양극성장애만큼 빈번하지는 않습니다.
| 구분 | 우울증 | 양극성장애 |
|---|---|---|
| 기분 패턴 | 우울 증상만 지속 | 우울증과 조증이 교대로 나타남 |
| 수면 양상 | 불면증 흔함 | 과도한 수면 흔함 |
| 에너지 | 전반적으로 저하 | 조증 시 극도로 증가 |
| 주요 치료약 | 항우울제 | 기분조절제 |
| 유전성 | 상대적으로 낮음 | 10-20% 유전 확률 |
오진을 막는 실질적 방법
양극성장애의 70%가 처음에 우울증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오진이 매우 흔합니다.
과거에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좋았던 시기가 있었는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을 거의 안 자도 괜찮았던 시기, 말이 많아지고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올랐던 시기,
평소와 다르게 큰 지출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항우울제를 복용한 후 1주일 이내에 우울 증상이 급격히 좋아진다면 양극성장애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2주 이상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가족력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가족 중에 양극성장애나 조증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의사에게 꼭 말해야 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과거 기분 변화의 패턴, 수면 습관, 에너지 수준의 변화 등을 자세히 설명하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양극성장애는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대부분 일상생활과 직업으로의 복귀가 가능합니다. 단, 재발 방지를 위해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 약물 복용 준수가 중요합니다.
우울 증상이 계속되거나 기분의 변화가 심하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을 권합니다.
출처
- 세브란스병원 질환백과 양극성장애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조울증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양극성 장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