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셔 증후군(밀기 증후군) | 15년차 물리치료사가 직접 치료해보니

처음 푸셔 증후군 환자분을 만났을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뇌졸중으로 편마비가 온 60대 남성분이셨는데, 휠체어에 앉혀드려도 자꾸 비마비측으로 몸을 미셨습니다.

"선생님, 아버지가 자꾸 옆으로 쓰러지려고 해요. 왜 이러시는 걸까요?"

보호자분의 걱정 어린 눈빛이 기억납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단순한 균형감각 장애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세워드려도 환자분 스스로 한쪽으로 밀어버리시더라고요.

이게 바로 밀기 증후군, 영어로는 Pusher Syndrome이라고 불리는 증상이었습니다.
15년 넘게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수십 명의 푸셔 증후군 환자분들을 치료해왔는데, 오늘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증상의 원인과 치료 과정을 상세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푸셔 증후군 뜻, 정확히 무엇인가요

푸셔 증후군은 뇌졸중이나 뇌손상 후에 나타나는 특이한 자세 장애입니다.
환자분들이 마비되지 않은 쪽(비마비측)으로 몸을 강하게 밀어내는 현상을 보입니다.

일반적인 편마비 환자분들은 마비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푸셔 증후군이 있으면 정반대로 멀쩡한 쪽으로 몸을 밀어버립니다.
그래서 치료사가 바른 자세로 교정해드려도 본인이 다시 기울어지시는 거죠.

더 특이한 점은 환자분 본인은 자신이 기울어져 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거울을 보여드리면서 “지금 많이 기울어져 계세요”라고 말씀드려도, “아닌데요, 저는 똑바로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푸셔 증후군 원인 3가지

뇌의 공간 인지 영역 손상

푸셔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뇌에서 공간과 자세를 인지하는 부위가 손상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상(thalamus)이나 두정엽 부위에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많이 나타납니다.

우리 몸이 중력에 대해 어떻게 위치해 있는지 파악하는 기능이 망가지면서, 환자분은 기울어진 상태를 오히려 똑바른 상태로 느끼게 됩니다.

고유수용성 감각 문제

근육과 관절에서 뇌로 전달되는 위치 정보에 오류가 생깁니다.
정상적으로는 우리 몸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자동으로 감지하는데,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거죠.

전정기관과 시각 정보의 불일치

귀 안쪽 전정기관에서 오는 균형 정보와 눈으로 보는 시각 정보가 뇌에서 제대로 통합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환자분은 자신만의 기울어진 세계에서 살게 됩니다.

푸셔 증후군 증상 4가지 특징

제가 임상에서 관찰한 밀기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증상구체적인 모습보호자가 흔히 하시는 말
비마비측으로 밀기앉거나 서 있을 때 멀쩡한 쪽으로 몸을 밂“자꾸 옆으로 넘어지려 해요”
교정에 대한 저항바른 자세로 잡아드리면 오히려 더 밂“잡아도 소용이 없어요”
자세 인지 불가본인이 기울어진 걸 모름“본인은 똑바로 있대요”
앉기/서기 어려움혼자서 균형 잡고 앉아있기가 힘듦“휠체어에서도 못 앉아 계세요”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건 비마비측으로 강하게 미는 동작입니다.
휠체어에 앉아 계실 때도,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실 때도 계속 한쪽으로 밀어버리십니다.

두 번째는 교정에 대한 저항입니다.
보호자분이나 치료사가 바른 자세로 잡아드리면, 환자분이 온 힘을 다해 다시 기울어지려고 하십니다.
처음 보시는 분들은 “왜 일부러 저러시지?”라고 오해하시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자세 인지가 안 된다는 점입니다.
거울 앞에서 “지금 20도 정도 기울어져 계세요”라고 설명드려도 환자분은 진심으로 이해를 못 하십니다.
뇌가 잘못된 정보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혼자 앉기나 서기가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보조 없이는 휠체어에서조차 자세를 유지하기 힘드시고, 낙상 위험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푸셔 증후군 치료,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시각적 피드백 훈련

제가 가장 먼저 시도하는 방법은 거울을 활용한 시각적 피드백입니다.
환자분 앞에 큰 거울을 두고, 본인의 자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도록 합니다.

"지금 거울 보시면 왼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계시죠? 천천히 오른쪽으로 무게중심 옮겨보세요."

처음에는 환자분이 거울을 봐도 기울어진 걸 인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훈련하다 보면 서서히 “아, 내가 기울어져 있구나”를 느끼시기 시작합니다.

체중 이동 훈련

비마비측으로 미는 습관을 교정하기 위해 마비측으로 체중을 싣는 훈련을 합니다.
평행봉이나 안정된 지지대를 잡고, 천천히 마비측 다리에 체중을 옮기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환자분이 무섭지 않도록 안전하게 지지해드리는 겁니다.
밀기 증후군 환자분들은 마비측으로 체중을 싣는 것 자체를 굉장히 두려워하시거든요.

감각 자극 치료

마비측에 다양한 감각 자극을 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진동 자극기를 사용하거나, 자세교정 쿠션을 활용해서 마비측에 지속적인 감각 입력을 제공합니다.

가정에서도 마비측 팔다리를 자주 만져주시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감싸주시는 것이 도움됩니다.

치료 3개월 후, 환자분이 혼자 앉게 되기까지

제가 치료했던 60대 남성분 이야기를 조금 더 해드릴게요.
처음 오셨을 때는 휠체어에서 10초도 혼자 못 앉아 계셨습니다.
보호자분이 옆에서 계속 잡아드려야 했고, 잠깐만 손을 놓으면 바로 옆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처음 한 달은 솔직히 진전이 거의 없었습니다.
거울을 보여드려도 “저 똑바로 있는데요”라고 하셨고, 교정해드리면 오히려 화를 내시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달부터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울을 보시면서 “선생님, 내가 좀 기울어진 것 같기도 하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세 번째 달이 되니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 앉아 계실 수 있게 되셨습니다.
10분, 20분씩 지지 없이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고 보호자분과 함께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모든 환자분이 같은 속도로 회복되시는 건 아닙니다.
푸셔 증후군의 회복 기간은 뇌손상 정도, 환자분의 나이, 재활 치료 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빠르면 2-3개월, 길면 6개월 이상 걸리시는 분도 계십니다.

보호자분들께 드리는 말씀

밀기 증후군 환자분을 돌보시는 보호자분들, 정말 힘드시죠.
“왜 자꾸 저러실까”, “일부러 그러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실 때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절대 일부러 그러시는 게 아닙니다.
뇌가 보내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본인도 어쩔 수 없이 그러시는 겁니다.

낙상 예방을 위해 휠체어 옆에 쿠션이나 팔걸이를 잘 활용해주시고, 혼자 두시는 시간을 최소화해주세요.
재활병원이나 가까운 물리치료실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꾸준히 받으시면 분명 좋아지실 수 있습니다.

푸셔 증후군은 처음에는 막막해 보이지만,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노력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증상입니다.
힘내시고,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대한뇌신경재활학회 홈페이지에서 뇌졸중 재활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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