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발끝으로 걷는 모습을 본 순간, 많은 부모님들이 불안감을 느낍니다.
“우리 아이만 이렇게 걷는 걸까?”
“혹시 어디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물리치료실에서 10년 넘게 아동들을 만나면서, 까치발 걷기로 고민하는 가정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놀라운 건 대부분의 까치발 걷기가 자연스럽게 개선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일부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까치발 걷기는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고 발끝이나 발가락으로만 걷는 보행 패턴을 말합니다.
정상 보행과의 가장 큰 차이는 발의 접지 순서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걸음에서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 발바닥 중앙을 거쳐, 마지막으로 발끝으로 밀어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까치발 걷기 중에서도 특별히 교정이 필요한 3가지 경우를 정확히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자가 체크 방법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지금 바로 우리 아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상 보행과 까치발 걷기의 명확한 차이
정상 보행에서는 발이 땅에 닿는 순간부터 떼어지는 순간까지 체중 이동이 부드럽게 이루어집니다.
발뒤꿈치로 착지한 뒤 발바닥 전체로 체중을 분산시키고, 발가락으로 지면을 밀어내면서 다음 걸음으로 연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발목은 자연스럽게 배굴과 저굴을 반복하며,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이 적절하게 늘어났다 수축합니다.
반면 까치발 걷기는 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깨진 상태입니다.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기 때문에 체중이 발 앞쪽에만 집중되고, 발목은 항상 저굴된 상태로 고정됩니다.
장기간 이런 패턴이 지속되면 종아리 근육이 짧아지고 아킬레스건의 유연성이 감소합니다.
교정이 필요한 3가지 경우
모든 까치발 걷기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음 3가지 경우에 해당한다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3세 이후에도 지속되는 습관적 까치발
아이들은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까치발로 걷는 시기를 거칩니다.
특히 12개월에서 24개월 사이 걸음마를 배우는 시기에는 까치발 걷기가 흔하게 나타납니다. 균형 감각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고, 발바닥 전체로 체중을 지탱하는 근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세가 지나도 까치발 걷기가 계속된다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이 시기의 까치발은 습관성 또는 특발성 발끝 걷기로 분류되며, 전체 아동의 약 5-12% 정도에서 나타납니다. 자발적으로 발뒤꿈치를 내릴 수 있지만 습관적으로 발끝으로만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가 체크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이에게 “발뒤꿈치로 걸어봐”라고 요청했을 때 즉시 바꿀 수 있다면 습관적 까치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바꾸려고 해도 잘 안 되거나, 금방 다시 발끝으로 돌아간다면 근육이나 신경계 문제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발뒤꿈치를 바닥에 댈 수 없는 구조적 문제
까치발 걷기 중에서 가장 교정이 시급한 경우입니다.
아이가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발뒤꿈치를 바닥에 완전히 내릴 수 없다면, 아킬레스건이 짧아졌거나 종아리 근육이 단축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는 뇌성마비, 근육병, 또는 선천적 구조 이상과 연관될 수 있습니다.
체크 방법은 이렇습니다.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무릎을 곧게 편 상태에서 발목을 천천히 위로 당겨봅니다.
정상이라면 발등이 정강이 쪽으로 90도 이상 올라와야 합니다.
만약 발목이 90도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당기는 과정에서 아이가 통증을 호소한다면 아킬레스건의 유연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다른 확인 방법은 스쿼트 동작입니다. 아이가 발뒤꿈치를 바닥에 댄 채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할 수 있는지 관찰해보세요. 이 동작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중간에 발뒤꿈치가 들린다면 발목 가동범위 제한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한쪽 발만 까치발로 걷는 비대칭 보행
양쪽 발이 아닌 한쪽 발만 까치발로 걷는다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비대칭적인 까치발 걷기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신경학적 문제, 다리 길이 차이, 또는 특정 부위의 통증을 피하려는 보상 작용일 수 있습니다. 한쪽 뇌의 운동 신경 손상, 편측 경직, 고관절이나 무릎 관절의 문제가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자가 체크에서는 다리 길이를 먼저 비교해보세요.
아이를 똑바로 눕힌 상태에서 양쪽 발목뼈 높이가 같은지 확인합니다. 1cm 이상 차이가 난다면 다리 길이 불균형이 까치발 걷기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서 있을 때 골반 높이가 대칭인지, 한쪽 어깨가 처져 있지는 않은지 관찰하세요.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져 있다면 단순히 발 문제가 아니라 척추나 골반의 구조적 이상이 동반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가 체크하기 5단계
전문가를 만나기 전에 집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1단계 관찰 테스트
아이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의 걸음걸이를 확인합니다. 놀이에 집중하고 있을 때, 화장실에 갈 때, 급하게 뛰어갈 때의 보행 패턴을 살펴보세요. 항상 까치발인지, 특정 상황에만 까치발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2단계 발목 유연성 측정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무릎을 90도로 구부린 상태에서 발목을 위로 당겨봅니다. 발등과 정강이 사이의 각도가 90도 이상 벌어지는지 확인하세요. 양쪽 발목의 유연성 차이도 비교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3단계 균형 능력 평가
아이에게 한 발로 서서 5초 이상 버티도록 해봅니다. 까치발 걷기가 심한 아이들은 발바닥 전체를 사용하는 균형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을 감고 했을 때와 뜨고 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해보세요.
4단계 보행 전환 능력
“발뒤꿈치로만 걸어봐”라고 요청했을 때 즉시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가능하다면 습관적 까치발일 가능성이 높고,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들어한다면 구조적 문제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5단계 신발 밑창 확인
아이가 자주 신는 신발의 밑창 마모 패턴을 살펴보세요. 발끝 부분만 닳아 있고 뒤꿈치는 새것처럼 깨끗하다면 까치발 걷기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정상 보행으로 돌아가는 과정
까치발 걷기 교정은 원인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집니다.
습관적 까치발의 경우 아킬레스건 스트레칭과 발뒤꿈치 걷기 연습만으로도 3-6개월 내에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10분씩 꾸준히 스트레칭하고, 발뒤꿈치 걷기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상 보행 패턴을 익힐 수 있습니다.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물리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종아리 근육 이완, 발목 가동범위 증가 운동, 보행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단축된 조직을 점진적으로 늘려갑니다.
심한 경우에는 야간 부목이나 교정 깔창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신경학적 원인이나 다른 질환과 연관된 까치발은 소아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우선입니다.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에서 인근 전문 병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언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할까
다음 신호가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 상담을 받으세요.
3세 이후에도 까치발 걷기가 지속되거나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 발뒤꿈치를 의식적으로 내릴 수 없는 경우, 한쪽 발만 까치발로 걷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또한 걷다가 자주 넘어지거나, 다른 아이들보다 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조기 개입이 중요합니다.
까치발 걷기는 대부분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집니다.
하지만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신호들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3가지 경우와 자가 체크 방법으로 우리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받으세요.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정상 보행으로 돌아가는 효과가 훨씬 좋습니다.
